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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기곗값을 앞으로 20개월 더 갚아야 합니다. 4개월 전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가게 문 열지 않았을 겁니다”
‘골프존’의 GDR 시뮬레이터(골프연습 전용 시뮬레이터)가 설치된 실내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얼마 전 매장 인근을 지나다 깜짝 놀랐다. 운영 중인 매장 근처 건물에 ‘화성시 최대 규모의 골프존 직영 GDR 아카데미가 입점할 것’이라는 내용이 현수막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4개월 전 고가의 골프존 GDR 시뮬레이터를 구입해 매장을 오픈한 A 씨는 내년 쯤 이곳에 대형 골프존 직영점이 입점할 것이라는 소식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붙은 골프존의 직영점 ‘GDR아카데미’ 입점 예정지.
가맹점과 비가맹점을 부당하게 차별해 공정위로부터 고발 조치당한 ‘골프존’이 이번에는 기존 사업자를 고려하지 않은 직영 GDR연습장 출점 계획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직영점 출점은 골목상권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라는 비가맹점들의 반발 이후 ‘이제 스크린골프 직영점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직영 GDR 연습장인 ‘GDR아카데미’ 확대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기존 GDR 연습장 점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골프존의 GDR 시뮬레이터를 사용 중인 비가맹점 점주들은 골프존 직영점은 대개 큰 규모로 운영돼 인근 소규모 매장이 입는 피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골프존이 인천, 김포, 수원, 파주, 화성 등지에 개장한 GDR아카데미는 보통 타석수가 15~19개 정도이며 12월 초 오픈을 앞둔 GDR아카데미 두 곳은 각각 26타석, 30타석 규모의 대형 연습장이다.
A 씨는 “우리 매장은 75평 규모에, GDR기계가 8대 뿐이다. 인근에 오픈 예정이라는 GDR아카데미는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유동인구가 적은 동네인데 그곳이 문을 열면 누가 우리 같은 작은 매장으로 오겠는가”라며 “내게 이 연습장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불과 4개월 전 고가의 기계를 팔고 이제 와서 바로 인근에 본사 직영점을 여는 행태에 배신감이 크다. 그들이 한 마디라도 해줬으면 절대 가게를 안 열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골프존은 ‘해당 지역에 GDR아카데미를 오픈할 예정이지만 기존 상권에는 영향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골프존 관계자는 “A 씨가 운영하는 연습장은 관공서 앞 유흥이 발달한 핵심 상권에 있으며 새로 들어설 GDR 직영점은 이와는 다른 별도의 주거상권”이라며 “골프존은 가맹사업 형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GDR시뮬레이터를 구매하여 운영하는 일반 매장의 영업지역을 최대한 보장해 드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 씨의 매장과 GDR아카데미 입점 예정 건물의 최단 직선거리는 1.1km로 차로 이동할 경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A 씨는 “직접 차로 운전하며 시간을 재보니 우리 매장에서 그곳까지 딱 1분 30초가 걸렸다”며 “고가의 기계만 팔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 대형 직영점을 출점하는 골프존의 행동은 자본을 이용한 엄연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골프존의 스크린골프장 직영점 확대에 반발해온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이하 전골협)’은 골프존의 직영점 출점은 이미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고 강조한다. 골프존 제품 이용 매장이 전국에 5000개가 넘어 이미 포화상태인데도 관리는 커녕 직영점까지 가세해 기존 사업자들 생존권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전골협 관계자는 “골프존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초대형 골프테마파크인 ‘조이마루’가 들어서고 나서 대전의 스크린골프장이 줄줄이 폐업했다. 우리 매장의 경우 연 매출 1억 원 정도에서 4000만 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타석수가 4개인 스크린골프장과 10개인 스크린골프장이 있다면 회전율에서 큰 차이가 나 매출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데도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직영점 출점이 ‘점주들과 윈-윈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왔다”고 일갈했다.
직영점 출점에 대해 골프존은 ‘스크린골프장 직영점은 더는 운영하지 않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GDR시뮬레이터를 취급하는 직영점인 GDR아카데미 출점에 대해서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도 GDR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직영점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취재 결과 당장 이번달 경기도 남양주시(12월 7일 오픈예정)와 인천시(12월 19일 오픈예정)에 큰 규모의 GDR아카데미 매장이 정식 오픈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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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0 12:4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