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가벼운데?"
전자발찌를 착용한 첫 느낌이다. 기자에게 발찌를 직접 채워 준 법무부 직원을 바라보며 "실제로도 이렇게 가볍나요?"라고 물었다. 담당자는 "체결(결박)하는 부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실제 '관찰 대상자'들이 차는 것과 똑같은 전자발찌"라고 답했다.
실제 전자발찌를 발목에 찰 경우에는 특수 장비를 통해서만 발찌를 끊어낼 수 있다. 그러나 체험장에서 이 과정을 선보일 경우 관찰 대상자들에게 특수 장비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체험장에서는 실제와는 다르게 간단한 방법으로 결박 상태를 풀어낼 수 있는 발찌를 착용했다.
오는 9월부터 도입될 새로운 일체형 전자발찌다. 위치추적을 위한 휴대장치까지 내장된 모델이다. 그동안엔 관찰 대상자가 휴대장치를 유기할 경우 위치추적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더욱 작아진 차세대 전자발찌와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정 거리 미만으로 근접할 경우 경보가 발생하는 신개념 '피해자 보호장치'를 올해 중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는 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전자감독제도 시행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기념사에서 "과거 성폭력 재범률이 14.1%에 달했지만 전자감독제도 시행 이후 1.9%로 낮아졌다"고 그동안의 성과를 소개했다.
전자발찌 도입 10주년을 맞아 전자발찌 등 전자감독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의 꽃은 단연 전자발찌 착용 체험이었다.
평소 전자발찌를 보거나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던 기자도 착용에 도전했다. 기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던 담당자는 "발목이 너무 얇아 채우는 게 힘들다"고 했다. "관찰 대상자 중 여자가 전혀 없느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그건 아니다"라며 "전자발찌 대상자의 약 1%가 여성"이라고 답했다.
전자발찌가 채워지자 마치 범죄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헐거웠다. '내 발목이 얇아서 그런가? 체험이라고 배려해준건가?' 이런 의문이 들어 담당자에게 "원래 이렇게 헐렁한가요? 실제처럼 좀 더 조여주셔도 돼요"라고 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실제로도 답답할 만큼 꽉 조이지는 않는다"며 "관찰 대상자가 샤워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자발찌를 찬 사람은 하루 24시간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와 담당 관찰관의 감시를 받는다. 허용된 지역 범위를 벗어날 경우 곧장 주변 경찰서에 위치가 알려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엔 주변 경찰서에서도 임의로 대상자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없다. 전자발찌를 찬 관찰 대상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노일석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장은 "위치 정보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해 전자발찌 대상자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자발찌는 성범죄 뿐 아니라 미성년자 유괴범죄, 강도, 살인 범죄 등을 저지른 이들에게 주로 부착된다. 특히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의 경우 2회 이상 실형을 선고받거나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재범을 저지른 경우,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등에 법원이 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한다. 지난 1일에는 문자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았다며 친구를 살해하려 한 50대 우울증 환자가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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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12-19 22:09:37
